핵심교양

[핵심교양] ‘꿀팁’은 어떻게 진상이 되는가

작성자 교수_아이즈 작성일 2015.03.13. 09: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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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우리나라는 평화롭습니다. 기상천외한 유형의 진상 구매자 에피소드로 바람 잘 날 없는 온라인 커뮤니티 '중고나라' 식으로 표현하면 2월 초 '이케아 연필 논란' 역시 이렇게 기록될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올라온 "이케아 매장에 갔더니 비치되어 있던 연필이 다 떨어졌다. 사람들이 열 개씩 가져가는 바람에 다른 나라에서 2년 쓸 양을 벌써 다 써버렸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할지 창피하다"는 내용의 게시물은 '미개', '거지', '종특' 등의 키워드와 함께 폭풍처럼 인터넷을 휩쓸었다. 그러나 곧이어 이케아 코리아 측이 "예상보다 빨리 연필이 소진되었지만 공급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 고객 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소모품이다 보니 수량을 크게 따지지 않는다"([머니투데이])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태는 어색한 해프닝처럼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케아 연필 외에도 '공짜' 혹은 '싼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종종 도시괴담처럼 들려온다. 코스트코 푸드 코트에서 음식에 곁들여 먹을 수 있게 잘게 썰어 제공하는 양파를 커다란 통에 담아 가고, 스타벅스나 커피빈 매장에서 사용하는 머그를 그냥 가져오는 사례는 이제 낯설지 않다. 프랜차이즈 커피숍, 패스트푸드점에서 사용한 일회용 종이컵을 다시 들고 가면 돈을 내지 않고 자리를 차지하거나 음료를 리필할 수 있다는 '꼼수'를 자랑하는 이들도 있다. 얼마 전 한 블로거는 인천공항의 무료 라운지나 한가한 화장실 위치 등 "다 알고 있는" 정보 대신 외부인의 이용이 금지된 직원 구내식당 출입 방법을 올렸다. "돈 만 원도 아까워서 벌벌 떠는 서민에게 인천공항 식당가는 너무 비싸다"는 불만에서 출발한 글은, 직원 식사 시간은 피하고 여행 가방은 수하물 보관소에 맡기라는 등 상세한 조언을 담고 있었으나 거센 비난을 받은 뒤 삭제됐다.

'개인의 점유물이 아니고 감시자가 뚜렷하지 않으며 정가를 내고 싶지는 않지만 갖고 싶은 것', '거지' 논란에 휘말리는 아이템의 조건은 대개 이렇다. 이를테면 십여 년 전 배낭여행객들 사이에는 비행기 탑승 시 제공되는 가볍고 따뜻한 항공담요를 가져가면 유용하다는 정보가 암암리에 공유됐는데, 2003년경 국제선 여객기에서 여행객들이 가져가거나 훼손시킨 담요는 27만여 장([YTN])에 달했다. 굳이 이케아, 코스트코 등 외국계 기업의 시선에서 '진상 고객=국가 망신'이라 해석하지 않더라도 다수의 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재화를 독점하거나 자신의 몫이 아닌 것을 부정한 방식으로 취득하는 행동은 도처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를 숨기기보다 '꿀팁(유용한 정보)'이라는 명목이나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든 모험담처럼 자랑스럽게 공유하는 현상이다. 지난해 영국의 화장품 브랜드 '러쉬' 사이트에서 배송추적이 되지 않는 배송 서비스를 이용한 뒤 물건을 받지 못했다고 항의해 하나를 더 받는 방법 역시 '꿀팁'으로 알려졌지만, 이 같은 사례가 계속 발생하자 한국 소비자들은 보다 고가의 배송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다. 자신이 끼치는 '사소한' 손해는 업주 개인이 아닌 거대 기업을 향한 것이며, 자신을 포함한 소비자들은 이미 그 비용을 지불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믿음이 죄책감과 수치심을 지운다. 공항 직원 구내식당 글을 올린 블로거의 논리 역시 "어차피 돈 주고 사 먹는 거기 때문에 위탁 급식 업체도 돈 버는데 굳이 제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소비 혹은 소유를 둘러싼 편법이 자랑할 만한 정보로 둔갑하는 바탕에는 개인의 윤리적 빈곤과 함께 사회의 가난과 불신이 있다. '제2의 IMF'를 우려할 만큼 장기적인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미디어에서 소비는 숭배되는 동시에 죄악시된다. 최근 방송된 MBC 스페셜 [돈, 모으고 싶으세요?]에서의 사례처럼 외식은 2년에 한 번만 한다거나, 극단적으로 가짓수를 줄인 생필품만을 사용하며 절약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서민들의 재테크 성공담은 박수 받지만 입사 3년 차 회사원의 연봉이 1,800만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손에 넣을 수 있을 때 금전이나 물질을 적립해두는 것만이 경제상황에 대한 일상적 불안감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시대에 충분히 '본전'을 뽑지 못하는 소비는 실패 혹은 잠재적 손해로 여겨지고 '호구'가 되는 것에 대한 불안이 더해진다. 커피나 항공료가 비싸니까, 연회비 3만 5천 원을 냈으니까, 고가가 아닌 비품이니까 괜찮다는 자의적 알리바이로 무장한 일부 소비자는 자신을 '거지'가 아니라 '스마트한 소비'를 행한 '룰 브레이커'로 인식하고 과시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문제는 이로 인해 누군가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다. 타인의 비난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행동을 하기 전, 스스로 부끄러워할 수 있도록 마비되지 않는 것이다. 본전을 못 건진다 해도, 존엄은 남는다.

글. 최지은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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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방 2015.03.31 08: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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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으로만 치우칠수없는 행태임에는 분명합니다..
소프 2015.03.25 13: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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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완료 ^^//
초이바람 2015.03.25 12: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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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자의 절박한 소유욕과 있는자의 오만한 소유욕사이에서 우린 허무함을 느끼네.
주도의현자 2015.03.24 1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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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쪽이든 이해는 되네요
내것이최고다 2015.03.24 13:2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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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완료!!@
술독숙취해소 2015.03.24 10: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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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완료 ^^
뚱띵이 2015.03.23 16: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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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은 존엄이 죽어버린 세상입니다.
존엄해야 할 사람들이 이익만을 추구하는 세상이 되었죠.
"타인보다 우수하다고 고귀한 것은 아니다. 진정 고귀한 것은 과거의 자신보다 우수한 것이다." - 헤밍웨이
얼쑤 2015.03.17 19: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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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이해가 되는 말씀!
깍두기만두 2015.03.17 13: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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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완료
무아 2015.03.17 13: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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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내 아이들에게도 내가 싫은건 남도 싫다를 가르치고있어요.
배려와 존중은 가정교육도 중요하지 싶습니다.
안졸리니졸려 2015.03.17 09: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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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다. 국민성이나 사회성이 아직도 많이 멀었음을 보여준다.
나 스스로도 반성해본다.
순살샴치 2015.03.17 03: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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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여기 수강이라 적으신 모두가 그냥 지나가는 글이 아니라 마음에 담아 두셨으면 합니다
저도 수강 합니다^^
여수바다 2015.03.16 13: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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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
올리브 2015.03.16 11: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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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완료~ 꿀팁!!!
소주대마왕 2015.03.14 18: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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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완료!
강촌 2015.03.14 11: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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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가 다 좋은 법은 없어요^*^:
날살돌이 2015.03.14 09: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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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완료
한송이 2015.03.14 07: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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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천공항 꿀팁 글에 생전 공항 한 번 안 갔다는
사람이 어머 좋은 정보네요 ....
다음에 꼭 이용해봐야 겠어요 하는걸 보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거 같아요 덮어놓고 좋다고 하는 그 마인드...
그런 생각들을 버리지 않는한 부끄러운 꿀팁은 계속
될거 같네요
마냥 2015.03.14 01: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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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네..
열공파워 2015.03.14 00: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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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