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교양

[핵심교양] 전라선에서 만난 사람1

작성자 교무처 작성일 2015.12.01. 19: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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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맑아 붙여진 여수(濾水)는 전라선의 종착역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전라선 끝까지 내려오느라 무궁화호도 힘에 부쳤나 보다. 도착시각보다 20여 분 연착되었고 그 덕분에 더욱 쨍한 햇살에 빛나는 여수를 마주했다.

자전거를 탄 청년들 
돌산대교에서 거북선대교를 거쳐 오동도까지 내려왔다. 하늘빛 바다를 바라보며 신나게 달리고 있는 또 다른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어디를 돌았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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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석(좌), 최기웅(우)

여수 놀러 오셨어요?
기웅 - 네. 오늘 저희 휴일이거든요. 그래서 가까운 여수로 놀러 왔어요. 방금 도착해서 자전거로 오동도 돌고 그 다음에는 여수 수산시장가서 회도 먹을까 하고요.

회 먹은 다음에는 여수 또 다른 일정이 있을까요?
정석 - 아니요. 수산시장 둘러본 다음에 회 먹고 이제 각자 집으로 가려고요. 여수하면 향일암 일출이 유명한데 이번에는 못 봐서 그게 좀 아쉬워요. 다음 번에 올 때는 향일암은 꼭 들려보려고요.

여수 와보니 어떠세요?
정석 - 말로만 듣던 돌산대교도 보고 오동도도 와보고, 자전거도 실컷 타네요. 오길 잘했다는생각이 들어요. 생각했던 것 보다 바다도, 항구도 무척 아름답고요. 

무슨 일 하세요?
기웅 - 둘 다 여수 근처에서 일하는데요, 저는 순천역에서 일하고요. 이 친구는 구례구역에서 일하고요. 일한 지 1년 정도 됐네요. 철도공사 엔지니어라 출근을 역으로 하는 셈이죠.

와! 오동도에서 철도에서 일하는 분들을 만나 뵙게 될 줄이야!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정석 - 저희도 오동도에서 일 얘기를 할 줄은. (웃음) 기차에는 레일 말고도 전차선이라는 게 있어요. 거기에는 2만 5000볼트의 전기가 흐르는데 그 전기의 힘으로 열차가 운행되거든요. 그 전차선에 전기를 공급하고 시설물을 유지, 보수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기웅 - 기차가 다니지 않는 새벽에 보수해야 할 차량을 끌고 시설물에 이상이 없는지 하나하나 육안으로 점검하고 바로 조치하고요.

지하철 타고 출근하듯 기차 타고 출근하는 거네요?
정석 - 그렇죠. 매일 출근길은 통근기차와 함께하고 있죠. 이 지역에는 기차로 출근하는 분들 꽤 많아요. 아침엔 북적북적해요.

각자의 일터인 역 자랑 좀 해주세요.
기웅 - 순천은 당연히 순천만이죠! 그리고 이제는 끝났지만 얼마 전까지 정원박람회도 했었잖아요. 거기 가면 볼 게 참 많아요. 지금은 행사가 끝나서 무료입장이니 꼭 가보셨으면 좋겠어요.
정석 - 구례구역 하면 지리산이죠. 지리산 노고단 하면 얘기 끝나요.(웃음) 요즘 같은 때에 단풍놀이 즐기러 오는 분들도 꽤 많고요. 사시사철 산세가 변하는 모습 또한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인 곳이에요. 또 봄에는 산수유가 그리 예쁘게 피어날 수 없구요. 아, 곡성 기차 마을이라고 곡성역에 조성되어 있는데 거기도 잘되어 있어서 구경하면 재미있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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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이 여행 자주 다니세요?
기웅 - 휴일에 맞춰 자주 만나기는 하는데 여행을 자주 다니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오늘 이렇게 여수 함께 와보니 좋네요. 매일 일하러 갈 때 타던 기차였는데 놀러 가면서 타는 기차라 느낌도 색다르고. 순천에서 여수까지 30분도 안 걸려서 금방 오긴 했지만요.(웃음)

사실 서울에서 여수까지 기차로 오는 게 고된 일일 수도 있어요. 그래도 기차로 와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기웅 - 서울에서 무궁화호 타고 오셨다고 하셨죠? 그럼 한 5시간 넘게 걸리게 오셨겠네요. 그런데 오는 동안 지루하셨는지 묻고 싶어요. 창밖에 스쳐 지나가는 느린 풍경들을 보면서 그 시간 자체를 또 즐길 수 있게 되잖아요. KTX보다 월등히 느려도 기차는 그만이 가진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지 않을까 싶어요.
정석 - 솔직히 차 타고 네비게이션 켜면 못 갈 곳이 없죠. 시간 버리지 않고 가장 최단 거리로 빠르게 어디든지 갈 수 있겠죠. 누군가에게는 기차를 기다리는 게 힘들고 따분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또한 기차여행의 매력 아니겠어요? 느리고 불편하다는 것조차 여행의 과정이 되는 거죠. 여행지까지 찾아가는 과정이 또 다른 여행의 재미를 전해주는, 그게 기차 여행의 맛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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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대화를 건 우리를 흔쾌히 맞아주었던 두 청년과의 이야기는 꽤 즐거웠다. 그리고 우린 그렇게 각자 자전거를 타고 헤어졌다. 좋은 기억을 남기고 헤어졌던 이들을 우연히 여행 마지막 날 다시 만났다. 구례구역에서 일한다는 정석씨와 우연히 마주친 것이다. 서로의 우연한 만남에 놀라면서도 그 반가움은 배가 됐다. 내려오면 꼭 연락 달라는 그와 내려가면 꼭 연락 드리겠다는 서로의 다짐만 남긴 채 우리는 또 그렇게 스치듯 인사를 했지만 이 인연이 여기가 끝이 아님을 서로가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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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선에서 만난 사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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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촌 2015.12.16 08:50:09
| 답변
0
기차여행은 늘 즐겁죠
뚱띵이 2015.12.03 17: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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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친구"와의 "여행"
아름다운 단어들이네요..^^
sunmi 2015.12.03 09: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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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느림의 미학이라고,,,
바삐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참 필요한 게 아닌가싶네요~
한송이 2015.12.03 07: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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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느림을 나쁜것으로 착각하고 살고 있는 우리들
다시 슬로우푸드가 각광을 받고 있다하니
가끔은 느림의 미학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도
각박한 세상에서 하나의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제 서서히 하이난행 짐을 하나하나 체크하며
싸고 있습니다
그리 썩 가고 싶지 않았는데
막상 하루하루 다가오니까 설레임이 생기기
시작하는 걸 보니 여행은 좋은것이긴 한가 봅니다
눈오는밤 2015.12.04 10: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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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느리게 느리게 느리게 거북이가 생각나네요
이슬주 2015.12.03 06: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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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완료
날살돌이 2015.12.03 00: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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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행가고푸다
시에스타 2015.12.02 18: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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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출첵!!
술취한제갈량 2015.12.02 13: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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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완행열차와 자전거
느리게 겉다보면 더 많은 것이 보이는건 사실인가봅니다
기차여행 하고파집니다 ㅎㅎ
눈오는밤 2015.12.02 12: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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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스러운 저 친구들 언제부터인가는 그때를 그리워하지 않는 삶을 살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