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교양

[핵심교양] 경전선에서 만난 사람2

작성자 교무처 작성일 2015.11.18. 12: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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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선 벌교역 

벌교(筏橋)는 뗏목다리라는 뜻을 지닌 포구였다. 일제 강점기, 전라남도 동부지방의 물산을 실어 나르는 창구로서 상업이 번성한 벌교는 1922년경전선 철도가 지나면서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이어 한국전쟁 전후 시기 벌어진 이념대립의 중심지로 소설 <태백산맥>을 통해 그려지기도 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근현대사가 담겨 있는 벌교는 발길 닿는 곳마다 그 시대 민초의 삶을 가감 없이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벌교 깊은 집, 보성여관 

김성춘보성여관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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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규모를 볼 때 지금의 여관 개념이 아니라 당시 호텔에 가까운 규모였다는 보성여관은 1935년 지어진 일본식 2층 건물이다. 소설 <태백산맥>에서는 "그가 벌교에 열흘 정도 머무는 동안 벌교의 지주들은 말할 것도 없고 보성의 지주들까지 남도여관의 뒷문을 드나들었다"는 문구가 나오는데, 남도여관이 바로 보성여관이다. 실제 보성여관을 남도여관이라는 이름으로 묘사한 것이다.

보성여관은 이처럼 벌교의 발전과정 속에 지어진 상징적인 건물이었다.


크진 않지만 고아한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는 보성여관 1층은 카페와 다양한 문화체험공간인 소극장 그리고 벌교와 보성여관의 역사, <태백산맥> 이야기를 담은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화재면서 실제 숙박시설로도 이용되고 있는 보성여관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이곳을 만들어나가는 이들의 애정이 듬뿍 담겨 있음을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는데, 컵을 놓는 받침, 꽃을 담은 화병 등 어느 것 하나 그냥 놓은 것이 없다. 직접 수를 놓은 천에 차를 대접하고, 고아한 정취에 맞게 차를 내리며 애정 깊게 공간을 꾸며가고 있는 이들의 노력 덕분에 문화재가 전해주는 다소 경직된 모습은 이곳에선 볼 수 없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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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을 가로지르면 볼 수 있는 숙박시설도 마찬가지다. 'ㅁ'자 형으로 배치되어 있어 한가운데 작은 정원이 하나 있는데 깨진 기와로 둘레를 꾸민 모습이 독특하면서도 따뜻한 한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이러한 보성여관의 정갈한 멋과 고아한 정취에 반해있을 찰나, 보성여관 김성춘 매니저가 다가왔다. 이 공간이 왜 이렇게 멋스럽나 했더니 이곳 매니저의 기품을 쏙 빼닮은 듯하다. 양장은 불편하고 내 옷이 아닌 것 같다면서 늘 개량한복을 입고 일한다는 그녀는 곱디고운 한복차림으로 찬찬히 보성여관의 역사에 대해 짚어줬다. 그리곤 한겨울 동안 마당 내 목련이 필 수 있을지 오매불망 기다렸는데 이렇게 피어 다행이라며, 다시 보성여관 소개로 말을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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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은 4칸의 널찍한 일본식 다다미방이에요. 높진 않지만 2층에서 내려다보는 읍내의 소소한 풍경도 좋습니다. 내일 아침, 9시쯤 가서 보시면 빛이 참 좋을 거예요."

2012년에 재개관한 이래 매니저를 맡고 있다는 그녀는 우리가 느낀 이곳만의 정취를 오롯이 만들어낸 사람이었다.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넘어 진정 이 공간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전해지는 그녀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놓고 싶었다.


사진 찍는 게 부끄럽다면서도 이렇게 보성여관에 관심을 가져줘서 자신이 더 감사하다며, 선물로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다는 그녀는 단 4명을 위한 공연을 펼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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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흐르던 노래가 꺼지고, 그녀가 중도방죽을 거닐면서 작사했다는, <지금은 봄>을 시작으로 벌교가 고향인 작곡가 채동선의 곡 <망향> 등 벌교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노래가 보성여관을 가득 메운다. 자신의 고향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이가 부르는 노래는 고향을 느껴본 적 없는 나에게 가슴이 근질근질거리는, 찐하디 짠한 마음이 그려지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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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읍에 불과하지만 자신의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 문화를 보존하고 가꿔가려는 사람들의 마음이 가는 곳곳마다 느껴진 벌교는 참 큰 고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지역의 가치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마음으로 느끼면서, 벌교를 품은 그녀의 노래는 우리 모두를 품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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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선에서 만난 사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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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살돌이 2015.11.20 01:34:06
| 답변
0
여행하고싶다~~~~~~~
눈오는밤 2015.11.19 09:08:50
| 답변
0
정겨운 곳이네요 한번은 가봐야 할 곳으로 정리해두었습니다.
마냥 2015.11.19 08: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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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저는 율촌^^벌교가서 주먹자랑하지말라..순천가서 인물자랑하지마라..여수가서 돈자랑하지마라..광양가서 고집자랑하지마라(고추가루 서말을 먹고 갯벌 삼십리를 헤집고 온 광양아지매^^)..다..추억입니다.
한송이 2015.11.19 07: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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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을 워낙 좋아해서 알게 모르게 한번쯤은
먹었지 싶을 벌교꼬막
이제는 아 이게 벌교출신이구나 하면서 먹어 보고 싶네요
미친듯이 읽어 재꼈던 태백산맥 속의 장소를
실물로 보니 좋네요
한번쯤 머무르고 싶어지는 보성여관의 모습도 좋고
한복 곱게 차려입으신 매니저님의 웃음도 좋고....
슬픈약속 2015.11.19 0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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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냥 막 여행이 떠나고 싶어지네요
기차 여행 좋습니다
적당히 아침 일찍 출발하여 1박 2일정도
떠나고 싶어집니다
잠시 모든것 내려 놓구
ㅡ By 슬픈약속.
sunmi 2015.11.18 17: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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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을수록 네모난 상자에 사는것보다 저리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은 맘이 더 커지네요~
광주인 이곳하고 그리 멀지 않은 곳이기도하고..기회가 오면 들려볼까싶네요~벌교꼬막은 덤으로~ㅎㅎ
술취한제갈량 2015.11.18 16: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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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가려면 지나야 하는곳이며 30여분이면 고향이여서 그런지 꼭 내 고향이야기를 듯는듯 뿌듯하고 자랑스럽고 뭔가 포근한 생각도 드네요 여러번 벌교를 들르긴했는데 이런곳이 있는건 몰랐다는....
인상적이어서 꼭한번 들러봐야겠습니다
련-소울 2015.11.18 12: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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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으로 알게된 지명이었어요 벌써 삼십여년이 지나네요 가보고싶었던곳이었는데~~책속의 벌교는~~책속의 지리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