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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문학부] 가족의 발견

작성자 교수_정철 작성일 2015.05.26. 10: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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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입니다. 눈치 빠른 학생은 이 첫 문장을 보고 오늘 강의 주제가 가족일 거라 짐작했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오늘은 가족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 나는 페이스북에서 이런 쪽지시험 문제를 봤습니다. "어머니는 (    )다." 아마 초등학교 시험 문제였을 것입니다. 이 문제를 받아 든 아이는 연필로 이렇게 꾹꾹 눌러 답을 썼습니다. "어머니는 어머니다." 그리고 이렇게 대답한 이유를 짤막하게 밝혔습니다. 어머니는 누군가와 빗대어 말할 수 없는 사람이니까요. 나는 그 아이를 향해 조용히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습니다. 이 아이의 관점을 빌린다면 가족은 가족입니다. 누군가와 빗대어 말할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면 되는 사람들입니다. 자, 이제 우리가 가족이라 부르는 사람들을 한 사람씩 이곳에 초대합니다. 그리고 조금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들을 관찰합니다.

엄마
엄마를 네 글자로 표현하면, 미안해요. 
열두 글자로 표현하면,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했어요.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큰 우산을 들고 있는 여자입니다. 손바닥에 두터운 사랑이 한 꺼풀 더 덮여 있어 뜨거운 냄비가 하나도 뜨겁지 않은 여자입니다. 평생을 엄마! 하고 부르면 들릴 만한 거리에 서 있는 여자입니다. 자식이 사랑을 찾아 훨훨 날아가도 그 거리는 멀어지지 않습니다. 다 주는 여자, 그녀가 바로 엄마입니다. 하지만 그녀도 여전히 여자입니다. 때론 말 한마디에 큰 상처를 받는 여자입니다. 간섭 좀 그만 하세요, 모르면 잠자코 계세요, 해 준 게 뭐 있어요, 같은 말을 들으면 남몰래 훌쩍거릴지도 모르는 연약한 여자입니다.

아빠
엄마 조금 뒤에 서 있는 사람.
엄마의 어깨 너머로 자식을 보는 사람.
그때가 가장 외로워 보이는 사람.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라고 자식이 듣지 못하게 늘 혼잣말로 노래하는 사람.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준비도 없이 자식으로부터 아버지라는 낯선 호칭을 듣게 되는 사람. 그가 바로 아빠입니다. 자식이 안부전화를 하면 전화를 끊으며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빠입니다. 자식이 전화한 것을 고맙다고 말해 버리는 바보 같은 사람이 아빠입니다. 우리는 아빠를 아버지라고 부를 때부터 철이 드는 게 아닙니다. 아버지를 다시 아빠라고 부르고 싶은 순간부터 철이 듭니다.

부부
결혼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니라 
가장 오래 사랑할 사람과 하는 것. 
즉 부부는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사랑의 시작.

흔히 부부는 닮는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얘기인지 설명해 보겠습니다. 한 공간에 십삼각형과 십칠각형 두 개의 도형이 있습니다. 두 도형은 움직일 때마다 부딪힙니다. 부딪히면서 각이 조금씩 마모되어 결국 두 도형 모두 원에 가까워집니다. 그래서 닮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마모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것이 공학적 표현으로는 마모이지만 부부학적 표현으로는 배려입니다. 즉 부부가 닮는 것은 서로를 배려하면서 자신의 각을 조금씩 마모시키기 때문입니다. 내가 여전히 칠각형이나 팔각형이라면 원에 가까워지도록 내가 나를 조금 더 마모시켜야 합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새벽잠이 없는 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시작하는 기분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용돈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주는 것과 드리는 것. 주는 것은 갈수록 늘어나고 드리는 것은 갈수록 줄어듭니다. 왜 아이에게 주는 용돈은 늘어나는데, 할아버지에게 드리는 용돈은 줄어들까요? 계산착오입니다. 착각입니다. 할아버지는 인생을 마무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나와 똑같이 오늘을 사는 사람이고 나와 똑같이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할아버지의 어제 이름은 아버지였습니다. 나에게 용돈을 주시던 아버지였습니다.

누나
기침소리라는 말을 듣고 아무런 흔들림이 없는 사람도 
누나의 기침소리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흔들린다. 
세상 모든 말은 나와 관계를 맺는 순간 전혀 다른 뜻이 된다.

관계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는 글입니다. 어디 누나뿐이겠습니까. 아버지의 기침소리. 할머니의 기침소리. 내 아이의 기침소리... 우리 모두는 가족의 아픔에 본능적으로 민감합니다. 가족이라는 관계가 그 어떤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관계보다 먼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들
아들이 엄마의 등을 밀어줄 만큼 자라면 
더 이상 여탕에 데려갈 수 없습니다. 
아들의 손을 너무 꽉 쥐지 마세요.

내 자식을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 그것은 내 자식을 조금 덜 사랑하는 것입니다. 남의 자식을 조금 더 사랑하는 것입니다. 내 자식과 남의 자식에 대한 생각의 간극을 좁히면, 남의 자식의 허물이 더 크다고 믿는 근거 없는 단정도 줄어듭니다. 남의 자식이 내 자식의 행복에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도 가라앉습니다. 부모의 주관이 평생 자식을 따라다니며 보호해 줄 수는 없습니다. 주관이 객관으로 바뀔 때, 즉 내 자식이 홀로서기를 해야 할 때를 생각한다면 자식을 무조건 껴안고 감싸서는 안 됩니다. 사랑한다면 덜 사랑합시다.

친구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죠? 
우선 '좋은'이라는 말을 걷어내세요.

가족 이야기를 하는데 왜 친구가 불쑥 등장했냐고요? 삼성전자가 아니라 친구가 또 하나의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친구. 깜깜할 때 생각나는 전구. 답답할 때 찾게 되는 출구. 둘 사이의 계산은 늘 주먹구구. 그래도 좋다고 웃는 맹구. 때로는 발로 차는 축구. 하지만 찬 사람도 차인 사람도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를 껴안고 뒹굴며 얼씨구. 가끔은 머리를 돌게 하는 지구. 그러나 앙금이 금세 풀릴 확률 심중팔구. 그러니까 친구는 누구? 집 밖에 있는 식구! 어떤가요? 친구는 가족 맞지요?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좋은 친구를 골라 사귀지 마십시오. 그냥 친구를 마음을 열고 만나다 보면 그가 좋은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어제는 강남에서 새로운 엄마를 사귀었고, 오늘은 신촌에서 새로운 아들을 사귀었다. 말이 됩니까? 말이 안 됩니다. 가족의 대체재는 없습니다. 그래서 가족은 그 무엇보다 그 누구보다 소중합니다. 가족에겐 사랑한다는 말도 좋지만 이해한다는 말을 더 자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네가 그럴 줄 몰랐어, 라고 말한다 해도 가족이라면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랬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라고 말해 주는 사람, 그가 가족입니다. 오늘은 이 강의가 끝나는 대로 일찍 집으로 향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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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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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스타 2016.02.02 23: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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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출첵!!
발광머리쭈 2015.12.19 14: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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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최근 어머니 생신때 집안이 아주 난리가 났어서..더 와닿네요 ㅠㅠ 수강완료
옥님 2015.11.04 11: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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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가족끼리 상처를 줘도 진심으로 잘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늘 응원해 주고, 이해해주는 것은 오직 가족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다시금 깨닫게 되네요~감사합니다.^^
시에스타 2015.07.16 18: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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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완료
주막집 2015.07.16 11: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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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다시 읽어도 좋은 글입니다.
블랙두주 2015.07.07 07:2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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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완료..
하늘태양 2015.07.03 14: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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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가족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는 글이였어요..감사합니다~~^^
범서 2015.06.10 06: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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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완료...
다시금 가족의 소중한걸 생각하게 해줌으로 좋은글 감사합니다.^^
이래서 아홉시 반도 내 친구~~
범서 2015.06.10 06: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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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완료...
다시금 가족의 소중한걸 생각하게 해줌으로 좋은글 감사합니다.^^
이래서 아홉시 반도 내 친구~~
범서 2015.06.10 06: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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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강완료...
공명 2015.06.07 06: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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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좋은글감사합니다
강촌 2015.06.06 18: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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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은 항상 포근하죠
내것이최고다 2015.06.03 17: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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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완료...
여수바다 2015.06.01 19: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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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시금 가족을 생각케 하는 시간이였습니다.
팡팡신 2015.06.01 15: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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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
애주여자 2015.06.01 14: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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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줄부터~ 퐉 ~ ㅋ 첫강의~ 엄지엄지^^
조금씩길게 2015.05.30 22: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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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나에겐 웃픈 존재...
강호대인 2015.05.29 17: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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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이슬주 2015.05.29 06: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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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완료
소프 2015.05.28 11:3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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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강완료!!!